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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이야기

아낙시만드로스의 생애와 사상

by 블루0529 2024. 10. 9.

1. 아낙시만드로스의 생애

아낙시만드로스(Anaximander, 기원전 610년경 ~ 기원전 546년경)는 고대 그리스의 자연 철학자이자 이오니아 학파의 중요한 인물 중 하나로, 철학사에서 최초로 우주와 자연의 기원에 대한 체계적 설명을 시도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는 밀레토스 출신으로, 같은 밀레토스 출신 철학자 탈레스의 제자이기도 했습니다. 아낙시만드로스는 철학뿐만 아니라 수학, 천문학, 지리학 등의 분야에서도 활동하며 초기 서양 과학에 큰 기여를 했습니다.

그는 최초의 철학서이자 과학서를 쓴 이로 알려져 있습니다. '자연에 관하여(Peri physeos)'라는 책인데, 그가 이런 제목의 책을 썼다는 기록만 전해질뿐 책 자체는 전해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가 쓴 책의 내용 일부는 후대 철학자들의 저작을 통해 전해지고 있습니다. 

2. 아낙시만드로스의 사상

아낙시만드로스의 사상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아르케(archê)'에 대한 그의 이론입니다. 아르케는 만물의 근원 또는 본질을 의미하는데, 그의 스승 탈레스는 만물의 근원을 "물"이라고 보았습니다. 반면 아낙시만드로스는 이를 '아페이론(apeiron)'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아페이론은 무한하고 무한정하며, 구체적인 형태를 가지지 않는 근원적인 물질을 의미합니다. 그는 이 무한한 원리가 자연계의 모든 변화를 설명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1) 아페이론(apeiron)

'아페이론(Apeiron)'은 아낙시만드로스가 제시한 철학적 개념으로, 만물의 근원 또는 본질을 설명하는 용어입니다. 그리스어로 '무한한' 또는 '끝이 없는' 이라는 뜻을 지닌 아페이론은 구체적이거나 한정된 것이 아닌, 무한하고 불확정적인 것을 의미합니다. 아낙시만드로스는 만물의 근원을 물과 같은 특정한 물질이 아닌, 아페이론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아페이론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무한성: 아페이론은 시간적, 공간적으로 무한하며, 물리적으로 한정되지 않은 상태를 가리킵니다. 이는 고정된 형태나 성질이 없는, 모든 것의 근원적인 존재로 이해됩니다. 아낙시만드로스는 만물이 생성되고 소멸하는 과정 속에서 근본적인 원리는 변하지 않고 항상 존재한다고 보았으며, 이 근본 원리가 아페이론이라고 설명했습니다.
  2. 비물질성: 아낙시만드로스 이전의 철학자 탈레스는 만물의 근원을 물이라고 보았지만, 아낙시만드로스는 특정한 물질(예: 물, 공기, 불 등)이 아니라 비물질적이고 추상적인 원리인 아페이론을 근원으로 삼았습니다. 그는 구체적이고 물리적인 물질이 모든 사물의 근원이 될 수 없다고 보고, 모든 사물을 포괄할 수 있는 무한한 근원인 아페이론을 제안한 것입니다.
  3. 생성과 소멸: 아페이론은 만물의 시작이자 끝입니다. 아낙시만드로스는 만물이 아페이론에서 생성되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아페이론으로 돌아간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아페이론은 끊임없이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자연 세계의 변화를 설명하는 근본적인 원리입니다.
  4. 균형과 조화: 아낙시만드로스에 따르면, 아페이론은 자연의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원리입니다. 사물들이 생성될 때, 서로 상반되는 속성(예: 뜨거움과 차가움, 건조함과 습함)이 아페이론에서 비롯되며, 이 속성들이 상호작용하며 자연의 변화를 이끌어갑니다. 이 과정에서 불균형이 발생하면, 자연은 다시 균형을 찾으려는 움직임을 보여 궁극적으로 조화를 이루게 됩니다.

 

아페이론 개념은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었습니다. 이전의 철학자들이 만물의 근원을 물리적이고 구체적인 물질에서 찾으려 했다면, 아낙시만드로스는 무형의 추상적인 개념을 제시함으로써 철학적 사고의 범위를 확장시켰습니다. 그는 만물의 근원을 특정한 물질로 제한하지 않고, 보다 포괄적이고 무한한 원리를 상정한 것입니다. 이로 인해 아페이론은 초기 형이상학적 개념의 시초로 여겨지며, 이후 철학자들이 사유하는 데 중요한 바탕을 제공했습니다.

(2) 우주론 및 천문학

아낙시만드로스는 우주가 구체적이고 이해 가능한 법칙에 의해 형성되고 변화한다고 믿었습니다. 그는 천체의 운동을 설명하기 위해 지구가 공중에 떠 있는 상태라는 개념을 제안했으며, 최초로 지구가 평평한 것이 아니라 원통 모양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견해는 이후 지구가 구체적이라는 후대의 이론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3) 자연 현상에 대한 설명

그는 천둥과 번개와 같은 자연 현상 역시 신들의 개입이 아닌 자연 법칙에 의한 결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그가 신화적 설명을 넘어 자연현상에 대한 합리적 설명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진보였습니다.

(4) 생명 기원론

아낙시만드로스는 생명의 기원에 대해서도 독특한 견해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는 인간이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형태로 존재하지 않았으며, 물에서 시작된 생명체가 점차적으로 육지로 올라오고 진화한 결과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일종의 초기 진화론적 사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3. 아낙시만드로스 사상의 영향

아낙시만드로스는 자연 철학의 창시자로서 후대 철학자들과 과학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는 자연 현상과 우주를 설명하기 위해 추상적이고 논리적인 개념을 도입했고, 이는 후대 철학자들이 자연을 탐구하는 방식에 혁신을 가져왔습니다. 그의 사상은 신화적 세계관에서 벗어나 합리적 사고로의 전환을 이끌었으며, 고대 그리스 철학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받습니다.

아낙시만드로스 - 라파엘로 작 '아테네 학당' 속